봄길 걷듯 봄길 걷듯 고양이처럼 부드럽게 삶을 걸어보라 미움이 부드러워지리라 봄길 걷듯 거북이처럼 느긋하게 삶을 걸어보라 욕심이 느긋해지리라 봄길 걷듯 조랑말처럼 경쾌하게 삶을 걸어보라 슬픔이 경쾌해지리라 그리고 나면, 휴일 아침 출근길처럼 여유롭게 봄길을 걸어보라 한결 지혜로워지리라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5.10
오월에 화사한 꽃잔치 잘 치루고 봄은 숨돌리는 듯 싶더니 이네 여름으로 바쁘게 치닫는데 간밤에 검은 비 내리더니 하늘은 푸르러 더욱 눈부신 햇빛에 새 잎 무럭 자라서 먼 산은 초록섬, 그 위로 떠가는 구름의 한가함 남풍 불어오는 여왕계절엔 카네이션 더욱 붉어 또, 주변을 돌아봐야 할 시절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5.05
타인의 봄 진달래는 산등성이로 번지고 벚꽃은 길가로 흐드러지는데 가을보다도 먼 나의 봄은 떨어진 목련꽃같이 치덕거리고 모란꽃마저 피어나는 타인의 찬란한 계절엔 오히려 그대가 더욱 멀어지는 걸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아래서 번저가는 꽃들 만큼이나 그대 목마름은 잔인하구나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4.15
환절기 II 꽃이 만발하는 것이 그리도 샘이 낫던가? 얼음장 같은 호통에 우물쭈물 거리는 아이처럼 성급히 맞은 봄으로 고뿔든 이 몸처럼 계절은 또, 그렇게 숨을 고른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3.27
3월은 계절의 모퉁이 찬바람 간간이 불어대는 여기 이 모퉁이를 돌면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볕아래 진하게 번져가는 봄빛 지나간 겨울을 아쉬워하듯 꽃을 시샘하는 3월은 계절의 모통이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3.18
아침 안개는 향춘(享春)을 옅게 깔린 봄을 아침 안개가 포근하게 보듬고 있는데 쉽사리 벗지 못하는 외투에서 묻어난 쩨쩨함은 뻘건 해처럼 민망해도 어디선가 꽃망울을 여는 물오름 소리에 향춘의 기대감은 콧김처럼 씩씩하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3.12
양지바른 곳에선 소나기보다 진하게 쏟아지는 햇볕, 양지바른 곳에선 양귀비의 부귀영화도 디오게네스의 철학도 부러움이 없다네 달랑 한 수 詩에 묻히면 그 양지바른 곳에선 햇볕보다 진하게 쏟아지는 쾌감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3.10
안개는 봄을 이끌듯 3월 초의 아침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거리 꽃봄이 머지않은 듯 풀빛 향을 담고 계절을 따라 흐르는 옅은 안개 움츠린 어깨에 피어나는 휴일의 화사함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