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지나칠 때면 계절이 가을이란 구간을 지나칠 때면 국화처럼 숙연해지며 벼처럼 고개 숙여지게 됨은 여름을 겪어낸 과실같이 너그러워지기 때문이기도 쇠침해지는 햇빛만큼이나 쇠하면 가라앉는 마음 그 위로 쌓이는 슬픔 때문이기도 저녁놀에 비쳐지는 너의 실루엣때문이기 더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9.18
하늘 높은 가을엔 하늘이 높아지는 계절에는 눈이 높아지는데 덩달아 하늘처럼 마음도 높아만 가지 하늘이 높은 가을엔 독수리처럼 높이 날아 대륙 끝을 구경하고 신천옹(信天翁)같이 자유로이 날아 대양 끝으로 여행하고 싶어지지 하늘 높은 가을엔 너는 바람이 되고 나는 구름이 되어 함께 날고 싶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9.10
가을밤의 서정(抒情) 계절을 아는 벌레는 밤이 깊도록 가을을 울고 둥근 달빛에 풀꽃은 고즈넉이 지워지지 않는 추억은 별빛이 되어선 내리고 갈대 우는 가슴엔 바람만 휑~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9.05
여름낮 가을밤 어제만 해도 새벽녘이 되서야 문 밖을 서성이기만 하더니, 오늘은 창문을 성큼 넘어서는 베갯 주변을 맴돌다 간다. 어제 밤엔 더위로 잠을 설쳤는 데, 오늘밤에는 스쳐가는 소슬바람으로 오랜만에 싱그런 잠자리를 느껴본다. 봄은 어린아이 걸음같이 지리하게도 오는 것 같더니만, 성큼 성큼 다가오는..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8.26
말복 지나고 일주일 후 구름 한 점 없는 8월 여름 가장자리에 멀리 보이는 산은 말없이 조용하고 뜨거움이 따가움으로 향하는 계절자락 쏟아 내리는 햇볕이 권태롭기엔 오히려 평온하다 매미 우는 도심(都心) 잠자리 나는데 무궁화는 한가롭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8.23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아침에 깨어보니 소리없이 비가 내리고 회색 출근길엔 가슴 깊은 비애(悲哀) 간밤의 꿈길 상봉에 하루종일 너는 멀고 비는 참 소리 없이 내리고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