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떨어지면 나무 가득히 목련꽃이 덮으니 찬란한 봄이 즐겁다가도 그 목련이 떨어지면 아프다 아니 서글프다 다른 꽃 보다 목련이 떨어지면 유난히 더 아프고 서글프다 꽃이 희고 큼지막해서 더욱 그런가보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4.15
민들레 모정母情 노란 색이 지워진 자리에 하얀 털이 자라면 공기처럼 가뿐해진 아이는 바람에 홀려 홀 홀 떠오른다 어미는 슬픈 환희로 손을 흔든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4.05
비온 뒤 한번씩 비가 그칠때마다 숨구멍을 열어 땅은 푸른 빛줄기를 더욱 세차게 뿜어내는데 비가 한번씩 그칠 때 마다 봄은 더욱 깊어 가는데 봄이 화사해질수록 나는 왜 퇴색되어가는가?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3.25
산수유 삼월 열이레 지루한 도시에 드디어 꽃나무가 첫 출현하였다 연두도 아닌 노랑도 아닌 산수유가 피어있었다 동네 작은 공원 한구석에 이름없는 색으로 마술처럼 솟아있었다 첫 꽃이 경이롭다 아! 봄이 터진다! 색이 터진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3.17
봄 타는 붕어빵 겨우내 통통하던 빵붕어가 병아리 조는 햇볕에 삐이쩍 말라간다 꽃놀이 만발하는 계절엔 꽃으로 붕어를 만들고 싶다 황태처럼 빵붕어는 마르고 병아리 대신 내가 존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3.12
꽃샘 하루종일 구름이 소란스럽게 지나던 자리엔 감색 바다가 펼쳐지고 그 가운데에 별 하나만이 조용히 떨고 있다 땅거미 짙은 가지엔 물총새 모양 물을 쏘아낼 것 같은 꽃망울들이 축제를 앞둔 소녀처럼 키득거리며 조잘대고 있다 겨울의 헛기세가 초라하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3.12
함박눈 끝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에선 수없는 안개꽃이 마술처럼 솟아나고 미소를 찡그리는 얼굴 위로 추억이 끝없이 쏟아지고 또 속살거리다 사라진다 쓸쓸한 얼굴이 비쳐진 차창 너머에선 흐르는 가로등 밑으로 무수히 강냉이가 영화처럼 터지며 지나간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