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엔 유월의 새푸름이 산으로 산으로 짙어가며 짙붉은 덩굴장미가 담으로 담으로 번지며 비릿한 밤꽃향이 길가로 길가로 스쳐가며 시작되는 여름 발바닥부터 기어오르는 지열은 마음을 자꾸 바다로 이끌고 해 긴 저녁은 계절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6.09
당신은 져도 당신은 져도 새로 핀 꽃은 그대로 화사합디다 꽃이 져야 열매가 맺고 열매가 떨어져야 다시 새싹이 자라고 더 많은 꽃이 피어나겠지요 당신은 비록 졌지만 열매는 더욱 풍성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남기신 씨앗으로 남은 사람들의 가슴엔 당신의 꽃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당신은 져도 당신의 뜻은 ..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29
옳은, 바른 그리고 그른 삶이라는 것 그릇된 삶은 있어도 옳은 삶이 있을까? 바른 삶은 있는 것 같은데 옳은 삶이라면 과연 어떤 삶일까? 옳은 삶과 바른 삶은 같은 것인가? 그저 평범한 소시민에게는 희망은 그릇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옳은 죽음은 있다 잘못된 죽음 앞에서 자꾸 자꾸 ..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28
입원 수갑처럼 주사바늘을 팔뚝에 차고 족쇄 같은 링거대를 끌며 열린 감옥에서 오월의 하늘을 본다 계절을 담은 모습이 부드럽다 아픈 곳 없는 편안한 병에 여유롭기는 하지만 스치는 환자를 보면 안쓰럽다 저 환자는 왜 수감됐을까? 형기는 얼마나 될까? 며칠인데도 자유가 그립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25
逝去 봄의 절정을 이루던 하얀 아까시꽃이 지더니 여름의 열정을 품고 빨간 덩굴장미가 피어날 무렵 노란 해바라기보다 진한, 큰 꽃이 떨어지다 하늘엔 푸른 강물이 흐른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24
오월 중순 저녁에 때 이른 더위를 밀어낸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 아래로 바람이 참 부드럽다 아카시꽃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건만 주변의 아카시나무는 새잎으로 푸르기만 하다 긴 머리 여유롭게 흩날리며 자전거로 퇴근하는 아가씨 노을에 어우러진 시원함에 봄날 저녁이 제 맛이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14
5월 수줍은 봄바람이 부드러우며 향긋하게 계절을 감싸 안으니 가득히 번지는 포근함 해 길고 다니기 좋은 계절, 주변을 돌아보며 정을 나누기 참 좋은 달이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07
봄이 화창하던 날 잘게 햇살이 부서지는데 남쪽 바람은 개나리빛 높게 떠가는 흰구름이 갓 푸른 산을 넘어갈 때 철쭉보단 짙던 마음도 민들레홀씨만큼 가벼워지는군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4.28
삼월 하순의 강나루 오전과 오후가 만나는 시간 즈음 간 밤 진했던 꽃샘바람이 잠시 쉬고 있는데 봄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며 강둑 개나리에서는 노랗게 부서지고 흐르는 강물에서는 파랗게 찰랑댄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