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느 저녁에 뒷동산 능선으로는 불붙듯 단풍이 타들어가고 서쪽산 너머로는 저리도 노을이 타고 있는데 내 마음은 오히려 얼음 그래서 더욱 커다란 설움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11.10
도시에서는 서산에 걸린 초승달, 그 허연 모습에 처량한데 강물에 비친 네온사인, 화려한 오색에 찬란하다 별보다 많은 가로등, 사람 많이 모인 도시는 늘 그렇다 사람이 神보다 가깝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11.05
흐르는 것이 강물이 아니더라 가을이 깊은 저녁 해 저무는 서산으로 어둑하게 땅거미 내리고 초승달이 달그마니 떠 있는 데 은빛 강물은 찬 빛 달리는 차창(車窓)으로 흐르는 것은 강물이 아니라 초승달이더라 초승달도 아니더라 이 몸이더라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11.04
10월 하순 며칠 비가 오가더니 날이 개이고 푸른 하늘이 아주 파랗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대니 하얀 구름이 바쁘게 흐르고 하늘은 추워 보입니다 그리고 단풍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길가 가로수 대부분 곱게 단풍이 내리는데 어떤 나무는 물들다 떨어져 가지가 앙상합니다 제대로 된 것들은 아름다워지 보이..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10.27
창밖에선 창밖에서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바람이 스쳐가고 세월이 흘러가는데 안에서는 시간이 지나고 적막함이 스치고 네가 흐른다 굴러가는 낙엽은 계절을 가리키는데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10.22
중년 아침을 열면 더욱 물들어 있는 나뭇잎 밤새 또 많이 떨었나보다 가로수 사이로 가을이 나날이 번져가고 기억마저 희미한 여름, 그 흔적은 이미 지워졌는데 아카시의 화사한 봄은 까마득 화사한 봄빛은 아니었지만 노란빛 고운 은행이 가을엔 아카시보다 다정하다 중년이란 것이 사실, 곱게 물들어 가..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10.17
퇴근 그리고 빈집 저녁에서 밤으로의 경계에서 시간이 주춤댈 즈음 뒤늦은 퇴근을 알려주는 듯 빈 버스가 외롭게 스쳐가고 가로등은 제 발자락만을 비추며 지나는 이에게는 무심한 듯 볼거리 가득하던 재래시장도 흐르는 영상처럼 대수롭지 않으니 계절은 오래된 아파트 정문처럼 적막하고 너의 흔적은 가슴에만 선명..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10.15
가을이 불면 하늘 파랗게 높아 가는데 오색 단풍 아래로 가을이 불면 여름은 가슴에 남고, 노을빛 붉게 짙어 가는데 코스모스 사이로 가을이 불면 너는 바다로 떠나고, 벌레울음 깊어 가는데 색 바랜 낙엽 위로 가을이 불면 시름은 나를 향하고, 새벽 서리 밝아 갈 때 밤을 샌 국화 속으로 가을이 불면 겨울은 마음..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10.09
10월엔 파란 하늘에는 가을이 씌어져 있고 높은 곳에는 당신이 있군요 그윽한 햇빛 쏟아지고 연두보다는 조금은 노란 벼밭에선 허수아비도 외롭지 않은 듯 단풍잎 빨갛게 물드니 흰구름도 여유롭게 떠가고 바람 서늘한 10월에는 계절은 마냥 축제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