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삼한사온 새싹에서 열매까지 피우고 맺어가며 한 해의 해야 일을 마치고 쉬고 있는 산에 겨울빛이 짙다 대륙의 찬바람이 차갑게 불어대는 아침인데 산은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꿈쩍없이 편안하게 잠들어있다 요 며칠 구름이 바쁘게 오가며 때 잊은 포근함이 감돌더니 갑작스레 불어온 북풍은 잿빛 하늘을..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12.14
美老를 꿈꾸며 나이가 들수록 나이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노인을 그려보게 되는데 살짝 데친 나물처럼 유연하지만 아삭함이 살아있는 잘 쪄놓은 감자처럼 부드럽지만 무게감이 있는 풀잎을 타는 달팽이처럼 조금 느리지만 여유로움이 있는 가을녘 길가에 핀 들꽃처럼 화사.. 자기만족/멍멍 2009.12.10
십이월 초, 볕보다 빛 시베리아 전령이 짧은 눈발과 함께 아쉬움을 남기며 거리를 스쳐가더니 계절은 이내 차갑게 식어버린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겨울의 밝은 햇살은 차디 찬 바람 아래서 볕이 되지 못한 채 빛으로만 누워 있다 시린 코끝에서 파랗게 반짝이는 참겨울이 제맛스럽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12.07
십이월 초닷새, 첫눈 요 며칠 온순한 고양이처럼 부드럽던 날씨가 하룻밤사이 사나운 개처럼 거친 바람이 불며 겨울 맛을 제대로 내던 아침 어디선가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고 회색 하늘에서 꽃잎 같은 눈방울이 하얗게 흩날린다 많은 눈은 아닐 것 같아 첫 눈에 대한 해갈 보다는 오히려 갈증이 더 깊어지는데 그래도 괜히..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12.05
두 그림자 때깔 좋았던 가을이 다 떨어진 거리에 바닥으로 나지막하게 깔리는 싸늘한 달빛 홀로 걷는 보도 위로 또박또박 밟히는 두 그림자 마치 갈 데 없는 사람처럼 흐느적이는 검은 그림자와 그 위로 쉽게 아물지 못한, 상처 위로 밴 진물같이 투명한 마음의 그림자 자기만족/멍멍 2009.11.19
11월의 아침 하루하루 잠이 늘어가며 점점 사위어가는 햇볕 아래로 단풍만큼이나 짙어가는 가을 아침 조금은 낯선, 쌀쌀한 바람을 타고 남으로 남으로 동장군의 전령이 달려가는 노신사의 중후함이 가득 밴 계절의 아침 11월 아침은 참으로 가을맛 나는 아침이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11.12
11월 중순, 조용한 단풍 바람 고요한 도시 한복판 작은 동산에 이슬보다 조용히 단풍이 내려앉아 있는데 가을을 걸어놓은 가로수 잿빛 하늘 아래에서 흐뭇이 계절을 즐기며 서 있다 2009. 11. 11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11.11
십일월 초열흘날, 흐림 짙은 회색 하늘에서 가을 아침이 깨어나고 어쩌면 음산한 날이지만 잘 익은 김치처럼 제맛스런 단풍 빛깔 스산한 바람이 불어 계절 위에서 뒹구는 낙엽 그리고, 가로수를 스치는 마음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