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나이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노인을 그려보게 되는데
살짝 데친 나물처럼
유연하지만 아삭함이 살아있는
잘 쪄놓은 감자처럼
부드럽지만 무게감이 있는
풀잎을 타는 달팽이처럼
조금 느리지만 여유로움이 있는
가을녘 길가에 핀 들꽃처럼
화사하지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는
그러면서
남을 재는 잣대의 눈금은
지워가는 반면에
자신을 재는 잣대의 눈금을
더욱 세밀하게 새겨 넣어가는
그리고
삶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잃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