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 밤이 늦어 적막한 플랫폼 쌀가루 같은 눈이 소리 없이 아니 소리를 삼키며 바람에 흩어지는데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겨울의 작별인사인가 까맣게 흩날리던 때늦은 눈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3.10
그리움 겨우내 그렇게 기다렸건만 가늘게 내리는 비와 같이 소리는 없는데 가슴은 부슬부슬하고 봄이라서 더욱 슬프던 날 /겨울날 떠나 봄날에 되돌아 와서의 첫 감상/ 자기만족/멍멍 2010.03.07
이월 열이틀, 못내 아쉬운 윤달이 끼어서 늦어진 설날을 며칠 앞두고 비가 이틀, 진눈깨비가 하루, 그러다 눈이 내린다 겨울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냥 가기에는 못내 아쉬운 듯 앞산에 눈꽃을 곱게 피워 놓았다 꽃을 안고 다니는 아이들이 졸업 시즌임을 알리고 있다 그들에겐 새로운 세상으로의 설레임도 있겠지만 못내 ..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2.12
눈물이라도 흠뻑 세월이 흘러가면서 가슴에 남겨진 응어리들은 눈에 들어간 티끌처럼 가슴을 굴릴수록 더욱 거북해지는데 눈물이라도 흠뻑 흘려 빼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눈물은 갈수록 말라가고 티끌은 자라서 선인장이 되는 듯 자기만족/멍멍 2010.02.06
1월 20일, 大寒의 비 입춘으로 시작한 24절기가 대한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날에 비가 내렸다 성난 호랑이 눈매처럼 매섭던 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풀려있다 소한에 언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이 괜한 것이 아닌가보다 언제나 녹을까 하던 눈얼음이 흔적이 없이 사라지고 거리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1.21
가슴의 강에서는 가슴의 강에서 세월이 흐르는데 그 가슴의 강에서는 때로는 황금빛 물결 위로 황포돛배가 유유히 떠가고 가끔은 황톳물이 거칠게 흐르기도 하며 간혹 하얀 물보라를 튀며 호화요트가 쏜살같이 달리기도 하고 이따금 하얗게 얼어 멈추기도 하며 종종 둥실둥실 흰구름 실고 파란 하늘이 떠가기도 한다 .. 자기만족/멍멍 2010.01.16
1월 4일, 폭설 새해 첫 출근을 위해 서둘러 나선 길에 어느 시인의 말대로 눈이 뭐나게 내린다 평소보다 무척이나 조용한 골목길을 믿고 차를 끌고 큰 길을 나서자마자 서 있기를 15분 이건 아니다 싶어 차를 돌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집으로 가서는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선다 빠르고 안전하다는 전철을 믿고 ..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1.04
12월 18일, 동장군의 남하 옷 속에 푸욱 파묻혀 있어도 예리한 바람은 스쳐 지나지 않고 틈새를 파고들어 뼈 속까지 이른다 드디어 참다못한 동장군이 정예의 겨울부대를 이끌고 왔나보다 그 기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숨쉬기조차 곤란하게 비좁은 전철 차장에 처음 보는 성에가 끼고 찬 바닥 한기에 발이 시렵다 그 추위에 혼이 ..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