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을 위해 서둘러 나선 길에
어느 시인의 말대로 눈이 뭐나게 내린다
평소보다 무척이나 조용한 골목길을 믿고
차를 끌고 큰 길을 나서자마자 서 있기를 15분
이건 아니다 싶어 차를 돌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집으로 가서는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선다
빠르고 안전하다는 전철을 믿고 들어선 전철역이 예사롭지 않다
간신히 밀고 탄 전동차 안에서 한숨을 돌리는 데
차가 출발하지 않는다 이윽고 출발한 전동차,
마치 전쟁터에서 고지를 점령하는 것처럼
한 정거장 한 정거장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차를 갖고 갈 것을 잘 못 했나? 여러 생각이 혼란스럽다
어차피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어
여유를 갖고자 억지 느긋함을 부려본다
드디어, 회사에 도착하니 20분 지각이다
생각보다는 많이 늦지 않았네
자위를 하면서 들어선 간부들 시무식에
나 혼자만 지각이다
정말 그 시인의 말대로 좆돼버렸다
가시방석 같은 자리를 마치고 나서는데 그래도
눈구경 실컷 할 수 있다는 마음에 흐믓하다
지금도 창밖에서는 눈이 좆나게 내린다
'자기만족 > 계절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월 열이틀, 못내 아쉬운 (0) | 2010.02.12 |
---|---|
1월 20일, 大寒의 비 (0) | 2010.01.21 |
12월 18일, 동장군의 남하 (0) | 2009.12.18 |
12월 중순, 삼한사온 (0) | 2009.12.14 |
십이월 초, 볕보다 빛 (0) | 2009.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