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계절일기

1월 4일, 폭설

Sidonio 2010. 1. 4. 11:47

 

 

 

새해 첫 출근을 위해 서둘러 나선 길에

어느 시인의 말대로 눈이 뭐나게 내린다

평소보다 무척이나 조용한 골목길을 믿고

차를 끌고 큰 길을 나서자마자 서 있기를 15분

이건 아니다 싶어 차를 돌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집으로 가서는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선다

빠르고 안전하다는 전철을 믿고 들어선 전철역이 예사롭지 않다

간신히 밀고 탄 전동차 안에서 한숨을 돌리는 데

차가 출발하지 않는다 이윽고 출발한 전동차,

마치 전쟁터에서 고지를 점령하는 것처럼

한 정거장 한 정거장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차를 갖고 갈 것을 잘 못 했나? 여러 생각이 혼란스럽다

어차피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어

여유를 갖고자 억지 느긋함을 부려본다

드디어, 회사에 도착하니 20분 지각이다

생각보다는 많이 늦지 않았네

자위를 하면서 들어선 간부들 시무식에

나 혼자만 지각이다

정말 그 시인의 말대로 좆돼버렸다

가시방석 같은 자리를 마치고 나서는데 그래도

눈구경 실컷 할 수 있다는 마음에 흐믓하다

지금도 창밖에서는 눈이 좆나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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