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 시월 보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영락(零落)없이, 계절은 가을을 데려와 때 되어 찾아오는 방울장수처럼 추억의, 보따리를 펼쳐놓는다 그 물건들을 보다 보면 오랜 것들이 늘어난 나이와 더불어 노랗게 퇴색되어가는 가을아침, 햇살처럼 애련(哀戀)함을 가슴에 물들여놓는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10.15
10월 7일, 시월 초 요 며칠 으스스한 바람이 지나고 청아한 하늘 아래로 햇살이 단아하게 흐른다 나뭇잎 끝에서부터 익어가는 계절이 파란 화폭에 가을을 그려내기 시작하고 또, 가슴이 나뭇잎과 함께 물들어 간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10.07
9월 24일, 제 계절 철모르던 계절이 추석 명절을 쇠더니 철이 들었는가? 눈부시게 파란 하늘에 전설같이, 가을이 선명하다 폭우로 푹 젖었던 상처가 조금 마르기는 하려나?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9.24
9월 1일, 아~ 가을 태풍이 코앞인데 아직은 잠잠하다 먹구름 오락가락하다 살짝 소나기 지나고 해가 방끗 가을의 첫날, 계절극장에서 아직은 여름을 상영중인데 그 끝이 아리송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9.01
8월 23일, 처서 창밖에서 차바퀴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도로가 젖었나보다 낮은 구름 뒤로 번개가 스치고 천둥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비가 좀 내릴 모양이다 어제는 늦더위에 숨이 막히더니 이 비로, 모기 입이 삐뚤어지려나?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8.23
살다보면 때로 희망을 안고 탄 배가 비바람에 항로를 잃고 파도에 몹시 흔들린다 보이는 것은 오직 거친 바다뿐 아! 멀미난다 내리고 싶어도 파도 거친 바다뿐 배라도 꽉 붙들어 잡는 수밖에 자기만족/멍멍 2010.08.18
8월 11일, 큰바람 지나고 남쪽 바다로부터 큰바람이 올라와서는 진하게 비를 뿌리며 땅을 스치고 지나간 후 대양의 공기가 채워진 도시에 옥빛 하늘이 구름 너머로 언뜻언뜻하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문득 가슴을 파고드는 날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8.11
여름엔 여름엔 바다를 그리워하는 가슴에서 바람이 인다 어떨 땐, 바람을 그리워하는 가슴에서 파도가 일기도 한다 소나기 후두둑 지나고 뭉게구름 하얗게 일 땐 바다는 더욱 가슴이 그리워지고 가슴엔 또 하나의 선명한 여름 바람이 파도처럼 새겨진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