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필 때면 크게 터진 목련의 하얀 웃음 뒤에 숨어있는 애잔함 목련이 활짝 필 때면 겨울은 더 이상... 목련꽃이 크게 터질 때면 노랗게 재잘거리는 개나리가 철부지 같은 걸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4.11
4월 6일, 찬밥 찬밥을 먹는다 하여 寒食이라 한다지 찬밥.. 도시락.. 찬합.. 소풍.. 삶은 달걀.. 잠 못 이루며 설레던 밤... 겨울이 유난히도 춥고 길어서인지 강둑 노란 개나리 빛깔이 회색 하늘 아래서 더욱 진하게 흐트러진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4.06
3월 하순, 봄의 속삭임 꽃을 시샘하는 추위도 그 기운이 다할 즈음 엊그제 내린 눈이 이미 흔적조차 보이지 않을 즈음 산수유 가지위로 봄빛깔이 여리게 번져갈 즈음 담장 곁에 개나리가 몽글몽글 부풀어 오를 즈음 차마 벗지 못한 외투가 어색해질 즈음 열어 놓은 사무실 창문을 느끼지 못할 즈음 귀를 간질이고 있는 봄의 ..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3.25
3월 22일, 철없는 눈 오후 들어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이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멈출 줄 모르며 세상을 하얗게 덮어간다 그리고 바로 녹아나는 모습이 처량하다 개나리 피고 진달래 펴야할 때 철없는 아이들 좋아하는 샤베트가 질척거리며 퇴근길 바닥에서 넘쳐난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3.23
춘설 밤이 늦어 적막한 플랫폼 쌀가루 같은 눈이 소리 없이 아니 소리를 삼키며 바람에 흩어지는데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겨울의 작별인사인가 까맣게 흩날리던 때늦은 눈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3.10
이월 열이틀, 못내 아쉬운 윤달이 끼어서 늦어진 설날을 며칠 앞두고 비가 이틀, 진눈깨비가 하루, 그러다 눈이 내린다 겨울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냥 가기에는 못내 아쉬운 듯 앞산에 눈꽃을 곱게 피워 놓았다 꽃을 안고 다니는 아이들이 졸업 시즌임을 알리고 있다 그들에겐 새로운 세상으로의 설레임도 있겠지만 못내 ..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2.12
1월 20일, 大寒의 비 입춘으로 시작한 24절기가 대한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날에 비가 내렸다 성난 호랑이 눈매처럼 매섭던 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풀려있다 소한에 언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이 괜한 것이 아닌가보다 언제나 녹을까 하던 눈얼음이 흔적이 없이 사라지고 거리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1.21
1월 4일, 폭설 새해 첫 출근을 위해 서둘러 나선 길에 어느 시인의 말대로 눈이 뭐나게 내린다 평소보다 무척이나 조용한 골목길을 믿고 차를 끌고 큰 길을 나서자마자 서 있기를 15분 이건 아니다 싶어 차를 돌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집으로 가서는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선다 빠르고 안전하다는 전철을 믿고 .. 자기만족/계절일기 2010.01.04
12월 18일, 동장군의 남하 옷 속에 푸욱 파묻혀 있어도 예리한 바람은 스쳐 지나지 않고 틈새를 파고들어 뼈 속까지 이른다 드디어 참다못한 동장군이 정예의 겨울부대를 이끌고 왔나보다 그 기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숨쉬기조차 곤란하게 비좁은 전철 차장에 처음 보는 성에가 끼고 찬 바닥 한기에 발이 시렵다 그 추위에 혼이 ..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12.18
12월 중순, 삼한사온 새싹에서 열매까지 피우고 맺어가며 한 해의 해야 일을 마치고 쉬고 있는 산에 겨울빛이 짙다 대륙의 찬바람이 차갑게 불어대는 아침인데 산은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꿈쩍없이 편안하게 잠들어있다 요 며칠 구름이 바쁘게 오가며 때 잊은 포근함이 감돌더니 갑작스레 불어온 북풍은 잿빛 하늘을..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