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봄 진달래는 산등성이로 번지고 벚꽃은 길가로 흐드러지는데 가을보다도 먼 나의 봄은 떨어진 목련꽃같이 치덕거리고 모란꽃마저 피어나는 타인의 찬란한 계절엔 오히려 그대가 더욱 멀어지는 걸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아래서 번저가는 꽃들 만큼이나 그대 목마름은 잔인하구나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4.15
환절기 II 꽃이 만발하는 것이 그리도 샘이 낫던가? 얼음장 같은 호통에 우물쭈물 거리는 아이처럼 성급히 맞은 봄으로 고뿔든 이 몸처럼 계절은 또, 그렇게 숨을 고른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3.27
어부와 딸 아주 오래전에 배를 타고 떠난 아비는 밤마다 검은 바다가 되어 돌아오는데 슬픔보다 더 슬픈 흐느낌이 등대불을 따라 어두움 저너머로 퍼져가면 메아리같이 되돌아오는 파도와 소리 자기만족/멍멍 2008.03.21
3월은 계절의 모퉁이 찬바람 간간이 불어대는 여기 이 모퉁이를 돌면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볕아래 진하게 번져가는 봄빛 지나간 겨울을 아쉬워하듯 꽃을 시샘하는 3월은 계절의 모통이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3.18
아침 안개는 향춘(享春)을 옅게 깔린 봄을 아침 안개가 포근하게 보듬고 있는데 쉽사리 벗지 못하는 외투에서 묻어난 쩨쩨함은 뻘건 해처럼 민망해도 어디선가 꽃망울을 여는 물오름 소리에 향춘의 기대감은 콧김처럼 씩씩하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3.12
양지바른 곳에선 소나기보다 진하게 쏟아지는 햇볕, 양지바른 곳에선 양귀비의 부귀영화도 디오게네스의 철학도 부러움이 없다네 달랑 한 수 詩에 묻히면 그 양지바른 곳에선 햇볕보다 진하게 쏟아지는 쾌감 자기만족/계절일기 200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