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출근길 맑게 갠 하늘엔 휴일 아침의 도시처럼 구름이 한가로운데 신록의 푸른 향 사이로 초여름의 햇살이 따가워 잘 자란 가로수 그늘에게 쉽게 유혹당하는 발걸음 정성껏 가꾸는 텃밭엔 새내기 처녀애처럼 여린 쑥갓이 풋풋한데 촉촉한 꽃상추 위로 싱그러운 바람이 스쳐가니 가벼운 발걸음에 묻어나는 계..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6.13
소풍 가던 날 나이 오십에 즐겨가던 곳으로 소꿉친구들과 소풍을 간다 역시나 평소보다 일찌감치 눈이 떠졌지만 예전과는 달리 오히려 뙤약볕을 걱정한다 그 때 만큼 설렘은 크지 않지만 이것저것에 마음씀이 바쁘다 어머니가 싸주시던 등짐 그것만 달렁 매던 시절과 사뭇 다르다 술짐이 절반이다 이제 그곳으로 ..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6.11
초여름엔 유월의 새푸름이 산으로 산으로 짙어가며 짙붉은 덩굴장미가 담으로 담으로 번지며 비릿한 밤꽃향이 길가로 길가로 스쳐가며 시작되는 여름 발바닥부터 기어오르는 지열은 마음을 자꾸 바다로 이끌고 해 긴 저녁은 계절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6.09
당신은 져도 당신은 져도 새로 핀 꽃은 그대로 화사합디다 꽃이 져야 열매가 맺고 열매가 떨어져야 다시 새싹이 자라고 더 많은 꽃이 피어나겠지요 당신은 비록 졌지만 열매는 더욱 풍성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남기신 씨앗으로 남은 사람들의 가슴엔 당신의 꽃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당신은 져도 당신의 뜻은 ..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29
옳은, 바른 그리고 그른 삶이라는 것 그릇된 삶은 있어도 옳은 삶이 있을까? 바른 삶은 있는 것 같은데 옳은 삶이라면 과연 어떤 삶일까? 옳은 삶과 바른 삶은 같은 것인가? 그저 평범한 소시민에게는 희망은 그릇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옳은 죽음은 있다 잘못된 죽음 앞에서 자꾸 자꾸 ..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28
입원 수갑처럼 주사바늘을 팔뚝에 차고 족쇄 같은 링거대를 끌며 열린 감옥에서 오월의 하늘을 본다 계절을 담은 모습이 부드럽다 아픈 곳 없는 편안한 병에 여유롭기는 하지만 스치는 환자를 보면 안쓰럽다 저 환자는 왜 수감됐을까? 형기는 얼마나 될까? 며칠인데도 자유가 그립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25
逝去 봄의 절정을 이루던 하얀 아까시꽃이 지더니 여름의 열정을 품고 빨간 덩굴장미가 피어날 무렵 노란 해바라기보다 진한, 큰 꽃이 떨어지다 하늘엔 푸른 강물이 흐른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9.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