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 610

익어가지 못하는 삶

익어가지 못 하는 삶-11월 초순 계절이 물들어 가며 빛깔의 잔치가 한창인데 쉬어가지 못하는 사내 그 마음이 겨울 논처럼 휑하다 가을이 깊어 가며 노랗게 햇빛은 익어가는데 익어가지 못하는 예순 초반 그 감정이 겨울 강처럼 차갑다 날마다 차가워지는 날씨에 몸은 점점 무거워지는데 갈 길이 그만큼 멀어진 나그네 그 가슴은 익지 못하고 늙어만 간다

가을은 창밖에서만

가을은 창밖에서만 봄이 시작하는 나라를 떠나서 가을이 시작하는 집으로 돌아오니 큰바람이 불고 비도 한바탕 지나고 난 다음 푸르고 투명한 하늘 아래로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은 가을의 제맛을 보여주는데 지독한 바이러스 계절에 갇히니 가을이 창밖에서만 흘러가네 이 좋은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바이러스 계절이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士, 事, 師

士, 事, 師 기士, 기술士 판事, 검事 의師, 간호師, 교師 나는 기술者이다. 그래서 士라고 불린다. 기술로 먹고산다. 판, 검事는 事건 담당者이다. 그래서 事라고 불린다. 事건으로 먹고산다. 의師는 병자를 치료하는 선생님이다. 그래서 師라고 불린다. 의술로 병자를 돌보며 자신을 희생한다, 작금, 병자를 외면하고 의술로 먹고살고자 하는 의士들의 반란이 참 가관이다.

자기만족/멍멍 2020.08.29

코로나 계절에_페루에서

코로나 계절에_페루에서 식료품을 살 수 있게 통행이 허가된 날이라 5분이면 갈 수 있는 마트를 20분 넘게 빼~엥 돌아 걸었다 홀로 걷는 길엔 사람을 잃은 공원이 있었고 그곳에선 코로나의 계절이 쏘아대는 따가운 햇살 사이로 가을이 숨죽이며 지나고 있었다 지구는 돌고 있으니 계절은 바뀌겠지 세상사 돌이켜보니 악한 무리는 결국은 폐퇴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