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타는 붕어빵 겨우내 통통하던 빵붕어가 병아리 조는 햇볕에 삐이쩍 말라간다 꽃놀이 만발하는 계절엔 꽃으로 붕어를 만들고 싶다 황태처럼 빵붕어는 마르고 병아리 대신 내가 존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3.12
꽃샘 하루종일 구름이 소란스럽게 지나던 자리엔 감색 바다가 펼쳐지고 그 가운데에 별 하나만이 조용히 떨고 있다 땅거미 짙은 가지엔 물총새 모양 물을 쏘아낼 것 같은 꽃망울들이 축제를 앞둔 소녀처럼 키득거리며 조잘대고 있다 겨울의 헛기세가 초라하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3.12
불혹의 하루 아침에 일어나면 내 안에 있던 나도 같이 눈을 뜬다 오전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면서 볶아댄다 나를 버려야 내 가족이 편한 걸 등대가 보이지 않는 바다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어디로 가는가? 해질 무렵이 되서야 자기도 지쳤는지 조금은 뜸해진다 그들의 행복이 내 행복인 걸 바다.. 자기만족/멍멍 2007.03.10
함박눈 끝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에선 수없는 안개꽃이 마술처럼 솟아나고 미소를 찡그리는 얼굴 위로 추억이 끝없이 쏟아지고 또 속살거리다 사라진다 쓸쓸한 얼굴이 비쳐진 차창 너머에선 흐르는 가로등 밑으로 무수히 강냉이가 영화처럼 터지며 지나간다 자기만족/계절일기 200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