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예술작품

[스크랩] 모네의 정원

Sidonio 2006. 11. 5. 14:11

모네의 정원 --- 지베르니

 

 

 

"내가 심은 수련이지만,
그 수련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오.
나는 그저 보고 즐기려고 수련을 심었던 거지요.
그걸 그리겠다는 생각일랑 아예 없었단 말이오.
하나의 풍경이 하룻밤 사이에 우리에게 그 의미를 온전히
드러내는 법은 없는 것이거든.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연못의 신비로운 세계가 내 눈앞에
드러내기 시작한 거예요.
나는 부랴부랴 팔레트를 찾았지요.
그 이후 이날까지 나는 다른 모델일랑 거의 그려본 적이 없소."

빛의 마술사 클로드 모네(Claude Monert, 1840~1926).
인상주의 화가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주의적인 그림을 남긴 화가.
그 거장이 말년에 자신의 말처럼 다른 것에 한눈 팔지 않고
집요하게 추구했던 대상이 바로 수련이다.




Water Lilies
1906 Oil on canvas, 87.6 x 92.7 cm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수련 (1906년)


그만큼 수련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 모델이었고
그 모델에 의지해 그는 아름답고 화사한 꽃그림을
미술사의 화포 위에 무수히 수놓았다.
이 모든 것이 연못에 수련을 심어 바라보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소망에서 비롯되었다.
위대함은 때로 이처럼 소박한 동기에서 출발한다.



Pool with Waterlilies
c. 1910 Oil on canvas, 202 x 427 cm

지베르니
모네가 말년에 살았던 곳
파리에서 서쪽으로 70킬로미터쯤 떨어진
센 강변의 마을 이름이다.
파리 생 라자르 역에서 루앙 행 열차를 타고 베르농 역에서
내리면 역 바로 옆에서 지베르니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 정류장으로
몰려가는 모습을 보던 나는 혼자 발길을 틀었다.

걸어가 보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예쁜 전원주택도 돌아보고 파리 교외의
부드러운 공기도 느긋하게 들이마시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한 시간 산책 삼아 걷기에는
긴 거리였지만 마침내 모네의 집에 당도했다.

인상주의 최고 거장의 집 앞에는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티켓을 사는 데도 약간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시간을 팔아 들어가니 오른쪽으로
모네가 살던 집이 나오고 왼쪽으로
'수련' 연작을 그렸던 아틀리에가 나온다.
이 수련 아틀리에는 지금 기념품을 파는 아트숍으로 변모했는데
모네의 인기를 반영하듯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장바닥을 이룬 채 기념품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Monet's Garden at Giverny
1895 Oil on canvas, 81.5 x 92 cm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지만, 사실 모네의 집에는
모네의 원작이 거의 없다.
모네의 생활 공간에는 모네가 수집한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가 주로 걸려있고 수련 아틀리에에는 복제품들만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을뿐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매년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모네의 정원을 보기 위해서이다.



The Artist's Garden at Giverny
1900 Musee d'Orsay, Paris



Monet's Garden at Argenteuil
1873 Oil on canvas, 61 x 82 cm Private collection

모네가 살아 생전 열과 성을 다해 꾸며놓은 화단과 연못은
모네의 가장 이상적인 작품
혹은 가장 이상적인 팔레트라 할 수 있다.
많은 화가들이 유품으로 화구와 팔레트를 남겨놓지만
모네의 이 팔레트만큼 크고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



Japanese bridge
1899 Oil on canvas, 89 x 93.5 cm
Paris, Musee d'Orsay

모네의 정원은 모네의 남다른 빛과 색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가장 화려하고 멋진
화가의 팔레트인 것이다.
그 어떤 물감이 이곳의 수많은 꽃들
그 이름조차 헤아리기 어려운
각양각색의 꽃들보다 아름다울까.
모네도 생전에 이 팔레트를 자랑하느라
많은 사람들을 일부러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Japanese bridge
1900 Oil on canvas, 89 x 93 cm
Boston, Museum of Fine Arts


"이곳 전원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여기 와서 이 정원을 구경하라고 편지에 쓰고 싶었답니다.
정원은 지금이 한창때이니 한 번 와볼 만할겁니다.
보름 정도만 지나면 다 시들어 버리니까요."
(1900년 5월 모네가 귀스타브 젤프루아에게 쓴 편지)

 


 

생 라자르역..

 

내가 지르베니를 방문한 뒤 파리의 민박집에서 만난
한 미대 여학생에게 이곳을 꼭 가보라고 권했더니
급기야는 이틀을 연속해서 방문했단다.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도저히 단 하루만 보고
돌아설 수 없는 정원이었다고 한다.
여행객한테는 하루가 아니라 한 시간도 금쪽 같은 것인데
이틀이라는 시간을 온통 이 아담한 크기의 정원에 쏟았다는 것은
모네의 정원이 갖는 매력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히 전해주는 사례이다.

그래서 반 데어 켐프라는 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네를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꽃으로 뒤덮인 지베르니의 성소를
순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면 그의 영감의 원천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고
심지어 모네가 우리 가운데 살아 있는 듯한
상상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모네 역시 살아 생전 정원에 나오면 때로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연못을 감상하곤 했다고 한다.



Water Lilies I
1905 Oil on canvas Museum of Fine Arts, Boston


나도 그렇게 자꾸 정원의 풍경 속으로 이끌리는 경험을 하면서
이 다음에 혹시 전원주택을 짓고 살 수 있는 행운이
나에게도 찾아온다면, 집은 대충 짓고 살아도
정원만큼은 아름답게 꾸며 보리라 꿈꾸어 보았다.

모네의 정원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The Garden in Flower
1900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모네는 인상주의의 효시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인상주의 라는 말 자체가 모네의
걸작<인상, 해돋이>(1873)에서 비롯된 것이다.



Impression, soleil levant (Impression, Sunrise)
1873; Oil on canvas, 48 x 63 cm; Musee Marmottan, Paris

인상, 해뜨는 광경 (1873년)
 

'예술의 본질은 추구하지 않고 인상 같이
표피적인 부분만 추구한다'는 비아냥으로
루이 루! 르아라는 비평가가 지어준 이름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독한 편견이다.


 

London: Houses of Parliament at Sunset
1903;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찰나의 빛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인상주의의 추구는
이를테면 '지상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유한성과 무한성의
경계를 동시에 넘나드는 추구이다.
그것은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세계의
본질을 포착하려는 시도이다.
모네의 개인적 경험에서도 우리는 그 같은 지향을
뚜렷이 읽을 수 있다.


 

The Stroll, Camille Monet and Her Son Jean (Woman with a Parasol)
1875; Oil on canvas, 100 x 81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1879년 9월 5일 모네는 아내 카미유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냈다.
그로서는 너무도 견디기 힘든 괴롭고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조강지처였던 아내 카미유..




C! oquelicots (Poppies, Near Argenteuil)
1873; Musee d'Orsay, Paris


그 아내를 제대로 호강 한번 시켜주지 못한 남편 모네
그 날 그가 한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
'마지막으로 아내의 목에 걸어주게 저당잡힌 아내의
메달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노라면
어려운 시절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의
비통함과 쓸쓸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때 그는 아내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스스로에 대해
매우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출처 : 미즈호이네 놀이터
글쓴이 : 미즈호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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