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분의 1, 아니
수천억 분의 1, 더 생각하면
그 이상의 기회를 주신 데에 대해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리옵니다.
제가 이 눈을 갖고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심에,
제가 이 귀를 갖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심에,
제가 이 입을 갖고
마음을 말할 수 있게 해주심에,
제가 이 코를 갖고
향기를 맡을 수 있게 해주심에,
제가 이 혀를 갖고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심에,
제가 이 몸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심에
늘 감사드리옵니다.
비록
꼴불견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할지라도,
악취가 코를 찌를지라도,
소음이 귀청을 떨어지게 할지라도,
간악한 자들이 입을 막을지라도,
비린 맛이 비위를 상하게 할지라도,
가시밭길을 걸을지라도...
여름날 불타는 노을을 보고,
봄날 활짝 핀 꽃향기를 맡고,
겨울날 조용히 슈베르트를 듣고,
가을날 청량한 하늘을 노래하고,
저녁에 한잔의 술과 안주를 음미하고,
아침에 상쾌한 산길을 걸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당신께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렵니다.
96/7 - 석양의 노을과 무거운 마음이 함께 한 저녁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