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날
교정 한 구석엔
무궁화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개나리처럼 화사하지 않고
라일락처럼 향기롭지도 않으며
아카시아처럼 달지는 않아도
벚꽃처럼 쉬이 떨어지지 않는
여기 저기 엉성하지만
초록잎 사이로
여름 땡볕아래 밭매는 시골아낙처럼
풀마저 더위에 지쳐 누워 있는
교정 한구석에서
무궁화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늦깎이 학생하나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단
노란 군상만 흐드러지게 핀 가슴에
긴 한숨을 불어 내었습니다